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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A를 과잉 섭취하면 독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임산부에게는 태아 기형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신경이 서서히 망가집니다. 저도 한때 영양제를 10알 넘게 챙겨 먹은 적이 있는데, 막상 뭘 왜 먹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비타민, 이름은 익숙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다르고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결핍되면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냅니다
비타민 결핍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놓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증상을 알고 나면 몸이 보내는 신호가 제법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도 피곤할 때마다 입꼬리가 갈라지거나 혓바늘이 자주 돋았는데, 이게 단순 피로가 아니라 비타민 B2, 즉 리보플라빈(Riboflavin) 부족의 신호일 수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리보플라빈이란 에너지 생성과 신경계 기능에 관여하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유제품이나 계란에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비타민 B1, 즉 티아민(Thiamine)이 부족하면 각기병(脚氣病), 의학 용어로는 베리베리(Beriberi)가 나타납니다. 베리베리란 팔다리 마비, 심한 무력감, 심부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핍 증후군으로, 어원이 "할 수 없어, 할 수 없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걸을 수조차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선원들이 오랫동안 신선한 채소를 먹지 못해 괴혈병(壞血病)에 걸렸던 사례가 비타민 C 결핍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괴혈병이란 잇몸 출혈, 이가 빠짐, 상처 회복 지연 등을 특징으로 하는 비타민 C 결핍증입니다.
비타민 B3, 나이아신(Niacin)이 부족하면 펠라그라(Pellagra)가 발생합니다. 펠라그라란 피부염, 설사, 치매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영양결핍 질환으로,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비타민 B9, 즉 엽산(葉酸, Folic acid)은 임신 전후로 특히 중요한데, 임신 초기에 부족하면 태아의 신경관 결손(Neural tube defect)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경관 결손이란 척추나 뇌 발달에 이상이 생기는 선천성 기형을 뜻합니다. 국가에서 산모에게 엽산 영양 보조제를 별도로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비타민 결핍이 의심되는 대표적인 상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입꼬리가 자주 갈라지거나 혓바늘이 반복된다면 비타민 B2(리보플라빈) 부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 손발이 자주 저리고 쉽게 피로하다면 비타민 B1, B5, B6 결핍 가능성이 있습니다.
- 채식 위주 식단을 오래 유지하거나 위절제술을 받은 경우라면 비타민 B12 수치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직장인이라면 비타민 D 결핍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 임신을 준비 중이거나 임신 초기라면 엽산(비타민 B9) 섭취가 필수입니다.
지용성과 수용성, 같은 비타민이 아닙니다
비타민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구분이 지용성(脂溶性)과 수용성(水溶性)입니다. 지용성 비타민이란 기름에 녹아 체내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 비타민으로, A, D, E, K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수용성 비타민이란 물에 녹아 소변으로 배출되는 비타민으로, B군 전체와 C가 해당합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지용성은 과잉 섭취 시 몸에 쌓여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타민 A가 대표적입니다. 제가 예전에 눈이 피로하다는 이유로 비타민 A가 포함된 영양제를 꽤 오래 먹은 적이 있는데, 지용성이라는 걸 제대로 몰랐습니다. 비타민 A는 한번 체내에 축적되면 잘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장기 과잉 복용은 오히려 독성 물질처럼 반응할 수 있습니다. 여드름 치료제 중 비타민 A 유도체 성분이 포함된 약이 있는데, 이런 약도 고용량 비타민 A에 해당하기 때문에 임산부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되고, 복용을 중단한 후에도 최소 두 달 이상은 피임이 필요합니다.
비타민 D도 지용성입니다. 하루 10~15분 햇빛을 쬐면 체내에서 합성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저 같은 직장인은 사실상 형광등 불빛만 쬐다 하루를 마칩니다. 저도 한번은 건강검진 때 혈액 검사에서 비타민 D 수치가 낮게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서야 제 생활 패턴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실내 직장인이라면 비타민 D 혈중 농도(25-hydroxyvitamin D)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연화증(骨軟化症), 근력 저하, 심하면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치가 아닙니다.
수용성인 비타민 C나 B군은 독성 걱정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먹으면 된다는 시각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메가도스(Megadose) 비타민 C 요법, 즉 하루 수 그램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 C를 섭취하는 방식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고용량으로 시작하면 삼투압 현상으로 인한 설사나 신장 결석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천천히 증량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비타민 K의 경우 와파린(Warfarin), 즉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분이라면 갑자기 섭취량을 늘리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와파린이 혈액을 묽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비타민 K가 혈액 응고에 관여하기 때문에 서로 작용이 충돌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약학정보원에서도 주의사항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종합비타민 하나로 충분할까요
영양제 광고를 보다 보면 이것도 좋다, 저것도 좋다는 말에 하나 둘 사게 됩니다. 저도 어느 시점에 세어보니 하루에 10알이 넘는 영양제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면, 많다는 이유로 질려서 꾸준히 못 먹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셈이었습니다.
종합비타민 하나로 충분하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개인 상태에 따라 특정 영양소를 집중적으로 보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자 쪽에 더 동의합니다. 비타민 B군은 수용성이라 권장량의 2000% 수준이 들어 있어야 체내에 유효하게 흡수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좋은 종합비타민 제품은 이미 이 배율을 고려해서 배합되어 있습니다. 특정 성분만 단독으로 고용량 섭취하다가 오히려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채식주의자나 위절제술 경험자처럼 특정 결핍 위험군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비타민 B12는 거의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 있어서, 완전 채식을 실천 중인 분들은 종합비타민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당뇨약인 메트포르민(Metformin)을 장기 복용한 경우도 비타민 B12 흡수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오틴(Biotin), 즉 비타민 B7은 탈모와 피부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 덕분에 단독 제품도 많이 팔리지만, 사실 결핍이 드물고 일반적인 종합비타민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독 제품을 따로 살 필요가 있는지, 저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광고에서 강조하는 성분이 실제로 나에게 부족한 성분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영양제는 부실한 식단을 보완하는 수단이지, 식단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관심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저도 요즘은 하루 한 끼만이라도 채소와 단백질이 고루 담긴 식사를 챙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양제를 먹기 전에 내 식단을 먼저 돌아보고, 혈액 검사로 실제 부족한 수치를 확인한 뒤에 필요한 것만 채우는 방식이 가장 현명하다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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