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회식 자리에서 술잔을 앞에 두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적이 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40대 중년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 보면, 마시고 싶지 않아도 분위기상 손이 먼저 잔을 드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간 수치가 높아 약을 달고 사는 분을 직접 보고 나니, 이 문제를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흘려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술과 간 건강 (알코올 독성, 간암 위험, 금주 실천)

알코올 독성, 몸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술을 마시는 동안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이유는 뇌가 쾌감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순간 몸속 장기들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 것은 사실 꽤 최근의 일입니다.

알코올은 식도를 거쳐 위에서 약 20~30%가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장과 대장을 통해 혈관으로 들어가 온몸을 순환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간에서 대사됩니다.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를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아세트알데히드란 알코올이 1차로 분해될 때 생성되는 중간 물질로, 세포 독성이 있는 발암 물질입니다. 두통, 구역감, 숙취의 주범도 바로 이 물질입니다.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다시 분해하는 것이 ALDH(알데히드 탈수소효소)입니다. ALDH란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를 무독성 물질인 아세트산으로 전환시키는 효소를 말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약 1/3 정도는 이 효소의 활성도가 선천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NIH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효소가 부족하면 독성 물질이 몸에 오래 머물고, 그만큼 세포 손상이 쌓입니다.

"나는 아무리 마셔도 얼굴 하나 안 변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도 주변에서 그런 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알코올 분해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ALDH 효소가 극도로 적어 반응 자체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분해가 더디면 독성 물질이 몸에 더 오래 남아 있게 됩니다.

간이 알코올을 처리하다 한계에 달하면, 남은 알코올을 지방으로 전환해 저장합니다. 이것이 지방간의 시작입니다. 지방간이란 간세포 안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상태로, 초기에는 아무 증상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 상태가 방치되면 간세포가 섬유화되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코올을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 IARC).

  • 알코올 → 아세트알데히드(독성 물질) → ALDH 효소로 분해 → 아세트산(무독성)
  • ALDH 효소가 적을수록 독성 물질이 체내에 오래 잔류
  • 반복 음주 시 간에 지방 축적 → 지방간 → 간경변증 → 간암 순으로 진행 가능
  • 간은 손상이 심각해도 초기에 거의 신호를 보내지 않음
요약: 알코올은 간에서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지방간에서 간암까지 이어지는 조용한 손상이 축적됩니다.

 

간암 위험을 모른 척하게 만드는 회식 문화의 실체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는, "빨리 짠 하고 마셔라"는 말을 상사에게 들었을 때입니다. 다음 날 업무가 있어도, 몸 상태가 어떻든, 그 자리의 분위기가 우선이 되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도 학부모 모임에 나가면 어김없이 와인이 등장하고, 분위기상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술이 사회적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는 점은 저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평소 말이 별로 없던 분이 그날따라 마음을 열고 모두와 친해지는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그 순간만 보면 술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고 나서 깨달은 것은, 그 친밀감을 얻는 대신 몸이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주변에 회식이 잦아 간수치가 높아진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운동도 꽤 열심히 합니다. 본인 말로는 "술 마시려고 운동한다"고 하더군요. 간수치 약을 복용 중인데도 술을 줄일 생각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약 먹으면 되지 않냐"는 식의 반응이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간이 조용히 손상되고 있는데 그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간은 통증 수용체가 거의 없어 손상이 진행되어도 신호를 보내지 않습니다. 이를 간의 '침묵의 장기' 특성이라고 합니다. 침묵의 장기란 기능이 크게 저하되거나 손상되어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질병을 늦게 발견하게 되는 장기의 특성을 말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지방간이 있어도 간수치가 정상 범위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알려져 있습니다.

막걸리는 쌀로 만들었으니 괜찮고, 와인은 폴리페놀이 있어서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습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이 말들이 그냥 포장이 다른 합리화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의 종류와 무관하게 알코올 자체가 1군 발암 물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막걸리가 밥 대신"이라고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사분이 얼마나 황당했을지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최근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음주를 줄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웠습니다. 40대인 저로서는 그 문화가 저희 세대까지 좀 더 빨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저 오늘 술 안 마십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고 눈치 보이는 분위기인 건 분명 바뀌어야 할 부분입니다.

요약: 회식 문화의 압박과 간의 침묵하는 특성이 맞물려, 실제 간 손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음주를 멈추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을 마셔도 얼굴이 안 빨개지면 간이 튼튼한 건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것이 ALDH 효소가 많아 분해가 잘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효소가 극히 적어 반응 자체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겉으로 별 이상이 없어 보여서 과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간수치가 정상이면 지방간이나 간암이 없는 건가요?

A. 꼭 그렇지 않습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어도 혈액 검사 수치가 정상 범위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방간 상태에서도 간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음주량이 많다면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Q. 와인이나 막걸리는 다른 술보다 몸에 덜 해롭지 않나요?

A. 와인의 폴리페놀이나 막걸리의 쌀 성분이 건강에 이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WHO는 알코올 자체를 종류와 무관하게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포장이 달라도 알코올이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전환되는 과정 자체는 동일합니다. 저는 이 점에서 종류보다 음주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 본질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운동을 열심히 하면 술을 마셔도 괜찮은 건가요?

A. 운동이 전반적인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코올이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 자체를 운동이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음주도 멈추지 않는 분이 있는데, 간수치 약을 복용 중입니다. 운동과 음주를 병행하는 것이 음주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결론

40대가 되고 나서야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건강한 습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바쁜 직장생활과 육아 사이에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하루 5분, 10분이라도 제 몸을 위해 시간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술 문제도 한 번에 다 바꾸려 하기보다 작은 선언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회식 자리에서 "저 오늘은 술 안 마십니다"라고 먼저 말하는 것, 가까운 사람들에게 금주를 선언하는 것, 그 작은 시작이 간에게는 꽤 의미 있는 변화일 수 있습니다. 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일하다가 조용히 무너집니다. 그 침묵을 저는 더 이상 당연하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도 실천하자는 말, 저 자신에게 먼저 하는 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L7MBb2YvmA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